<강한자 칼럼 >
아름다운 사람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 많은 선택의 기로(岐路)에 서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수반하는 삶의 여정은 다를 수 밖에 없고, 때로는 “과거에 ~ 했었더라면” 이라고 말하면서 선택하지 않은 삶에 대해 후회를 하고 미련을 갖기도 하지만, 각 각에는 그 터닝 포인트가 있기 마련이다.
갈림길이라는 평범한 소재로 인간 삶의 근원적인 상황 조건과 심리 상태를 평이한 언어를 통해 생생히 드러내어 인생을 담담하게 관조하면서 삶의 본질적 성찰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평가되는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가지 않은 길’이 생각난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 나는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중략)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학창시절에 접한 후, 마음에 와 닿아 애송하던 이 시는 삶의 무게가 더해질수록 시인의 철학적인 고찰력의 진가를 더욱 더 느끼게 해 주는 시라고 느껴진다. 기로(岐路)에서 선택한 길을 후회와 연민보다 노력과 성실과 열정으로써 기쁨과 성공의 결과로 이끌고 또한 부단한 노력의 산물(産物)로 내면을 가득 채운 사람의 얼굴은 잘 생긴 얼굴이 아니더라도 단순한 외형의 미(美) 그 이상으로 몇 배 더 아름답게 빛난다. 일전에 신호범 박사의 강연회에 참석을 한 적이 있다.
76세의 나이가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왕성한 에너지와 건강과 순박함을 유지하고 계신 신호범 박사를 보면서 아름다운 얼굴이라고 느꼈다. 가지가지의 역경을 통해 이룩한 인생에 대한 진정한 승리자로서의 여유와 내면의 아름다움이 그의 모습에서 묻어 나왔다. 그렇게 역동적으로 일구어낸 성공적인 삶과 좋은 강연에 축하 및 감사를 드리고 싶어 발걸음을 돌려 악수를 청하였는데, 그러한 생명의 에너지를 손을 통해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신호범 박사에겐 양아버지와의 만남이 바로 그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양아버지의 따뜻한 포옹이 그의 닫혀있던 마음을 열게 하였고 이후, 양아버지의 권유를 받아들여 미국으로의 삶까지 이어지게 된 그의 인생! 하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바로 그의 성공은 바닥까지 간 인생에서도 자신의 내면을 끝없이 채찍질하며 일구어낸 노고의 산물(産物) 이란 것을 알기에 더욱 더 존경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덕목으로 humanity, sincerity, honesty 등의 세 가지 요소를 드는 신호범 박사를 보면서, 인간성 넘치게 진지하고 정직하게 살아온 듯한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으며 그러한 마음가짐과 생활태도가 오랜 세월을 두고 얼굴에 자연스럽게 새겨져 아름다운 얼굴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된다.
20대까지의 얼굴은 타고난 형상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40세 이후의 얼굴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도 젊었을 때는 미남, 미녀였던 사람이 늙어서는 외모가 변해버린 사람도 있고, 별로 잘 생긴 얼굴이 아니었는데도 인상이 좋게 변한 사람도 있다. 그만큼 살아가면서 행운이나 불행의 정도와 어떠한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졌느냐에 따라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틀려져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에 인상이 변할 수 밖에 없기에, 노후의 얼굴은 그 사람의 살아온 역사이자 인생의 풍상(風霜)이 그대로 새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 더해져가는 나이 앞에 변해가는 나의 모습을 거울 속을 통해 관찰하면서 10년, 20년, 30년 후의 자화상을 그려보며 노후에도 존경받을만큼 아름다운 얼굴을 간직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며, 또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다짐해 본다.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아름다운 사람들을 좀 더 많이 만나보고 싶다. 또, 생명의 변혁을 통한 참된 아름다운 얼굴과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더욱 더 충만해지는 사회와 세상이 되길 바란다.
*이 칼럼은 2011년 9월에 작성해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