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자 칼럼 – 반전의 진실
May 17, 2018
금색 계통의 원피스를 입은 풍만한 몸매의 한 여자가 씩씩하게 걸어나왔다.
그 자리는 어느 소규모 모임을 위한 무대도 아니고 프로를 위한 무대도 아니었다. 그것은 수 천명의 관중들이 함께 지켜보는 또 수 많은 TV시청자들이 지켜보는 영국의 유명한 한 프로그램이었다.
그 방송은 일반 시민들이 자신들만이 지닌 특기를 대중 앞에 선보이는 장기자랑 대회였다. 그 날은 한 중년 여성이 첫 오디션을 치루기 위해 긴장 속에서 무대에 처음으로 서는 날이었다.
무대 중앙에 서서 한 손에 마이크를 쥐고 선 여인의 모습은 좀 달라보였다. 대기실에서는 긴장이 감도는 분위기속에서도 음식을 먹기도 했던 그녀는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섞인 암갈색의 파마머리를 귀 밑 정도의 길이로 다듬지 않은 헤어스타일을 한 평범한 아줌마 모습 그대로였다. 거기에 이중턱의 얼굴은 다소 심술마저 있어 보이게하는 인상을 주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씩씩하고 자신있는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한 심사위원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어서 사는 곳에 대한 질문에 답변할 때에 그녀는 웬일인지 말을 더듬듯이 말해서 과연 그녀가 그런 자리에 어울릴 것인지 다들 의아해 할 정도의 순간도 있었다.
나이를 묻는 질문에 당당히 그녀가 47세라고 밝히자 심사위원들이나 관객들은 그녀의 나이에 더 놀라는 표정을 보이면서 그리 기대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런데 더 나아가 그녀가 “그 숫자는 나의 허리 사이즈 이기도 하다.”고 말하며 한 손을 유모러스하게 허리에 대고 허리를 둥글게 휘두르는 동작을 보여 주자 모든 사람들은 순간 아연실색했다.
이어 그녀의 꿈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프로 가수가 되는 것이었는데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아서 이번 도전으로 자신의 삶에 변화를 추구하여 모든 것을 바꾸고 싶다고 답했다.
그녀가 부를 곡은 ‘I Dreamed A Dream’. 그 곡은 영화 ‘ 레미제라블’의 삽입곡으로도 널리 알려진 곡으로 영화의 한 장면에서 여주 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Anne Hathaway가 부른 곡이기도 하다.
쉽지 않은 곡을 선택한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마주하면서 그녀는 대중들을 응시했다. 이내 객석의 많은 사람들의 눈도 그녀를 응시하면서 그 곡을 과연 그녀가 어떻게 소화해낼지에 대해 무심코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전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추려는 듯 그녀도 두 팔을 내린 채 마이크를 잡고 심호흡을 하면서 감정을 가다듬는 듯 보였다. 앞의 관중들을 응시하면서 음악의 멜로디에 맞춰 마침내 그녀가 입을 떼었다.
“I Dreamed a dream in time gone by/ When hope was high and life worth living….” 입 밖에서 나온 목소리는 그녀가 여지껏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대답하였던 투박한 톤의 목소리가 아닌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 그 누구도 기대하지도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그녀의 얼굴과는 완전히 상반될 정도로 맑고 고운 음색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실내를 가득 채우기 시작한 순간 객석은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 관중들은 환호와 함께 환성을 부르며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심사위원들의 눈도 역시 휘둥그레진 채 너무 뜻밖의 상황에 놀란 표정과 함께 얼굴 표정들이 환하게 변해갔다.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내내 사람들의 환호는 그칠 줄 몰랐고 그녀가 노래하는 동안 이어지는 환성 속에 기립 박수도 계속 터져 나왔다. 그녀의 반전 목소리에 모두들 처음의 표정과는 달리 함박 웃음까지 지으면서 할 말을 잃은 듯 고개를 흔들어대며 그녀의 노래 소리에 감탄을 연발하며 누구나 할 것 없이 열광했다.
그녀가 첫 오디션에서 불렀던 ‘I dreamed a dream’대로 그녀는 그녀의 꿈인 무대에 서게 되었고 그 첫 무대에서 그녀는 인생의 반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후 유명 인사가 되어 달라진 헤어스타일과 함께 멋진 드레스까지 입고 자신의 선망 대상이었던 가수와 함께 프로처럼 무대에도 함께 서서 노래도 부르게 되었고 음반도 내고 방송에도 출연하게 됨으로써 그녀가 선택한 노래의 제목대로 그녀가 꾸었던 꿈은 마침내 그녀의 첫 오디션을 계기로 살 가치가 있는 그녀의 삶의 길에서 보기좋게 현실화되었다.
그녀의 외형에서는 미처 느낄 수도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반전의 아름다운 목소리! 사람들은 그녀의 노래를 듣기 전까지는 무관심했다. 오히려 뚱뚱한 몸매를 과감하게 흔들어대는 그녀의 설치는 몸 동작에 더해 그녀의 어투와 어조에 약간의 질시어린 눈길로 그녀를 보기도 했다. 또 그녀의 꿈이 전문 가수였다는 말에는 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관중들도 있었다.
세월의 흐름 속에 자신의 날씬했던 몸매는 어느새 포기했지만 여인은 끝까지 자신의 꿈은 포기하지 않은 채 자신의 ‘날개를 언젠가는 펼치리라’고 절실히 기대하고 바랬었나 보다. 정말 그녀의 말대로 또 꿈대로 인생을 반전시키고자 했던그녀의 욕망은 그대로 현실에서 보기좋게 실현되었다.
순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녀가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가 보여주었던 외면과 행동과 말투에 대해서는 싸늘한 객석의 시선 만이 감돌았다.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난 이후에는 완전히 달라진 객석의 반응들!
분명히 그런 두 상반된 모습은 한 인간의 하나의 마음에서 나온 모습들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몸으로 느끼면서 내리는 첫 판단은 재차 보여지는 또 다른 현상을 접하면서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진 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몸으로 느끼면서 내리게 되는 또 다른 판단 속에 ‘환호와 갈채’라는 반응이 이전의 냉랭하게 보였던 모습들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무엇이 그렇게 만든 것일까?
몸과 마음을 가진 인간은 짧은 순간에 따라 다른 단면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게 바로 우리 내면의 여러 다양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내면에는 지옥도 있고 천국도 있고 또 동물과 같은 모습도 있고 질투와 욕망에 눈이 어두워져 사리판단을 흐리게도 한다.
또 때로는 잠시 평온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또 다시 감정의 하락과 함께 타락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면서 육도윤회하는 인생을 순회하곤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여주는 수많은 결정들이 과연 얼마만큼 옳다고 할 수 있을까?
혹, 우리가 모든 것을 다 보지 않았고, 느끼지 않았고, 듣지 않았다면… 우리는 우리가 보는 만큼, 느끼는 만큼, 또 듣는 만큼, 아는 만큼, 더 나아가서는 깨닫는 만큼, 정말 그 만큼까지만 보고 느끼고, 듣고, 알고, 깨닫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때로는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보지 못 한 진실을 또 보기 힘든 진리가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면서.
그렇다면 진실을 규명한다거나 진리를 이야기 하는 것도 어떤 부분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2017년 5월 17일
강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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